나는 주로 주변 장소에서 사진을 찍는다. 내 생활반경에서 멀지 않은 곳들을 찾아가고 소소한 아름다움을 사진 속에 담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
이번에 나의 일상에 큰 재미가 되어준 삼각대는 짓조 1555T라는 제품이다.
1555T는 모델명에서 알 수 있듯 1시리즈(2시리즈보다 삼각대의 다리 두께가 가늘다)의 카본 5단 트레블러 삼각대이다.
가볍고 크기도 무척 작은 GITZO 1555T와 함께 서울의 야경 명소 두 곳을 다녀왔다.
등산할 때 부담 없는 삼각대 : 서울 야경 명소 아차산 해맞이공원
아차산 해맞이공원은 롯데타워와 올림픽대교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장소이다. 아차산은 해발 300m가 조금 안되는 낮은 산이지만 풍경만큼은 굉장하다.
퇴근 후 삼각대와 카메라를 가지고 5호선 아차산 역으로 향했다. 아차산 해맞이공원까지 오르는 여러 개의 코스가 있는데, 등산에 미숙한 나는 최대한 빨리 공원까지 오를 수 있는 길을 선택했다.
아차산역에서 "기원정사"까지 가면 그 옆에 나무로 된 계단이 있다. 나무 계단을 짧게 오르면 동네 뒷산 정도 난이도의 등산길이 나온다.
중간에 암릉구간이 있지만 경사도 심하지 않고 돌이 까끌까끌해서 일반 운동화로 오르는 것도 가능하다.
해맞이 공원에서는 아래와 같은 풍경을 만날 수 있으니, 꼭 한번 가볼만한 야경 명소인 것 같다.
삼각대의 단수가 많아지면 크기가 작아져 휴대성이 좋지만 설치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야기는 자주 들었는데 실제로 그런지 궁금했다. 짓조 1555T는 접었을 때의 길이가 35.5cm 정도로 정말 작다. 지금까지 내가 사용해본 어떤 삼각대보다도 크기가 작았으니 단수가 많은 것에 대한 장점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펼치는데 시간이 정말 오래 걸리는지 테스트를 해보면 그렇지 않았다.
다리 잠금장치인 G-lock이 굉장히 부드럽게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빠른 설치와 철수가 가능했다. 다리의 길이와 각도까지도 굉장히 섬세하고 부드럽게 조절할 수 있어서 짓조가 말하는 궁극의 부드러움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해맞이공원에서 정상쪽으로 이동하면 1~4보루까지 스팟이 있다. 사진처럼 아주 빼어난 경관은 없지만 경기도 하남시를 바라보는 풍경도 만날 수 있다. 이 날은 정상까지 가지 못했는데 해가 조금 더 길어지면 일몰과 하남시가 보이는 뷰까지 촬영해보고 싶다.
아쉬움이 남았으니 기회가 닿는 대로 또 가볼 생각이다.
아차산 해맞이공원 가는 길
퇴근 후 출사 장소 추천 : 용마산 야경 포인트
아차산과 용마산은 바로 인접해있는 산이다. 난이도가 높지 않아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은 아차산-용마산-아차산 순서로 산을 타는데 이 코스의 이름을 줄여서 '아용아'라고 한다. 나는 등산에는 재능이 없는 관계로 '아용아' 대신 '용아' 코스로 야등과 야경촬영에 도전했다. 용마산으로 오르기 시작하고 아차산으로 하산하는 코스이다.
용마산은 해발 348m로 아차산에 비하면 약간 높지만 등린이들에게도 부담 없는 정도의 높이이다. 용마산 정상으로 가는 길에는 암릉구간보다는 계단이 많다. 계단을 오르는 중간중간 시원한 풍경이 펼쳐졌다. 해발 348m 밖에 되지 않지만 중랑구 면목동의 지대 자체가 높은지 저 멀리 북한산과 비슷한 높이로 느껴졌다.
중랑천과 직선과 곡선으로 교차되는 도로가 인상적이었다. 계단을 오르는 내내 더 올라가면 오히려 뷰가 안 좋은거 아닐까 하고 의심할만큼 도시가 시원하게 보이는데, 의심하지 말고 정상까지 오르는 것을 추천한다. 정상에서 보는 뷰가 가장 뛰어나다. 정상에서는 멀리 롯데타워까지 보이고, 뒤로 한강의 다리들도 더 잘보인다.
짓조 1555T와 같이 사용한 볼헤드 GH1382TQD는 짓조의 볼헤드 중 가장 작고 컴팩트하다. 도브테일 방식으로 플레이트를 결합할 수 있어서 익숙하게 사용이 가능했다.
볼헤드의 움직임이 놀라울 정도로 부드럽고 정교했는데 WS2 코팅 덕분이라고 한다. 미세하게 수평수직을 맞출 때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일 수 있어서 좋았다.
끝 없이 펼쳐진 아파트들과 빼곡히 켜진 점점이 조명들을 보고 있으니 현실에서 한 발자국 멀어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라기보다는 SF 영화 속 미래도시의 모습처럼 느껴졌다. 어딘가에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와 영화 헝거게임에 나오는 호화스러운 열차가 있을 것만 그런 느낌 말이다.
언젠가 차를 타고 성산대교를 건널 때의 일이었다. 대교 밖에 있을 때는 조명이 켜지면 흥분해서 셔터를 누르곤 했었는데, 막상 성산대교 속에 있자니 '차 막히는 도로' 그 이상 아무런 감흥이 없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었다.
찰리 채플린은 '삶은 멀리에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다'라고 말했다.
성산대교를 건넜던 그 날 이후로 도시 풍경을 볼때면 찰리 채플린의 말이 자주 생각난다. 야근으로 불켜진 빌딩들, 꽉 막힌 도로의 퇴근길, 표정 없는 사람들. 삭막한 도시의 분위기가 산 위에서 바라보면 숲속의 반딧불이처럼 아름답게 느껴지니 말이다.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삶이 지옥일수도, 천국일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밤이었다.
등산과 풍경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고, 삼각대에 대한 사진을 몇 장 올려보려고 한다.
다리 각도 조절
다리의 각도는 2가지로 조절이 가능하다. 다리의 각도를 크게 벌리면 낮은 앵글로도 촬영이 가능하다.
가장 우측 사진을 보면 다리의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버튼(?) 같은 것이 있다. 좌우로 움직이며 조절이 가능하다.
다리의 단수는 5단
다리를 모두 펼쳤을 때는 높이가 131.5cm이고, 센터컬럼까지 높히면 148.5cm까지 높아진다. 산 위에서 펜스나 나뭇가지를 충분히 피할만큼 높게 펼쳐져서 좋았다. 우측 사진을 보면 다리를 접고 펼칠 때 사용하는 고무링까지도 "GITZO"라고 새겨진 것을 볼 수 있다. 이 고무링의 촉감도 좋지만 조금 돌려도 단단히 고정이 되기 때문에 사용성이 높다.
센터 컬럼 안정성
센터 컬럼과 삼각대 다리가 분리되는 모델이지만, 센터컬럼과 다리가 결합되는 부분이 약간 높은 구조라 안정적으로 지지가 된다. (파란색 네모를 친 부분 확인)
휴대성이 뛰어남
접었을 때의 크기가 얼마나 작은지를 나타내고 싶어 아이폰 11 프로를 같이 놓고 비교해보았다. 트레블러 삼각대 답게 볼헤드도 다리 사이에 쏙 들어가고, 접었을 때의 크기가 크지 않아서 휴대성이 뛰어나다.
등산 출사 Tip
- 네이버맵과 카카오맵 둘다 확인할 것 (등산로가 잠정폐쇄된 경우 정보 업데이트가 안되어 있을 수 있다.)
- 네이버맵은 테마>등산로 옵션을 켜야 등산로가 지도에 표시된다.
- 밝은 랜턴은 꼭 챙기자. 아차산엔 조명이 조금 있긴 했지만 그래도 밤엔 무척 어둡다.
- 등산화가 있으면 편하겠지만 없어도 불가능한 코스는 아니다.
- 아차산은 24-70mm 화각의 렌즈면 충분
- 용마산은 24-70mm과 망원렌즈를 가져가면 다양한 연출이 가능 (70-200mm 정도면 굿!)
- 렌즈는 체력껏 가져가자.
- 밤의 산은 혼자보다는 일행을 만들어서 가자
상품 상세정보 URL
www.saeki.co.kr/item/itemDetail?itemId=PD00008033
이 콘텐츠는 세기피앤씨로부터 원고료를 지급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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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장비
GITZO GK1555T-82TQD Kit
Sigma Art 24-70mm DG DN
Sigma Art 135mm DG HSM
Sigma Contemporary 100-400mm DG D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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