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간, 그 자리에 내가 있었다는 것 (feat. Manfrotto Element MII 알루미늄)
사진은 계절과 날씨 영향을 참 많이 받는다. 뭉게뭉게 예쁜 구름에 파란 하늘, 저 멀리까지 선명하게 보이는 시정이 좋은 날씨, 하늘 전체가 붉게 물드는 낭만적인 일몰. 그런 날을 만날 때면 방방 뛰며 기뻐하지만 요즘처럼 미세먼지가 심한 초겨울 날씨엔 조금 시무룩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해가 짧아져 퇴근 후에는 일몰을 볼 수 없게 돼버린 지금, 어떤 재미를 찾아 떠날지 고민 끝에 경복궁을 담아 보기로 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옥상정원에서 바라보는 경복궁의 밤풍경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경복궁 앞 큰 도로 맞은편에 위치하고 있다. 주말 아침 방문한 박물관 옥상정원은 정말 한산했다. 코로나로 인해 예약을 해야만 입장이 가능하지만, 현장에 가서 스마트폰으로 간단히 예약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이 날 매주 수요일은 늦게까지 개방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미세먼지 없는 날을 기다렸다가 밤에 방문해보았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경복궁의 야경을 촬영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
-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오전 10시~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하지만 매주 수요일에는 밤 9시까지 운영하기 때문에 야경 촬영이 가능하다.
- 경복궁 야간 개장을 하는 시즌(2020. 12. 18.(금)까지 가능 / 19:00 ~ 21:30)에만 밤에 환하게 불이 들어온다.
- 경복궁은 매주 화요일 휴궁일이다. (휴궁일에는 모든 조명을 켜지 않는 것 같다.)
사진 우측 하단에 보이는 것은 공사 중인 현장이다. 어떤 건물이 지어지는지는 모르지만, 완공 후에는 박물관 옥상정원에서 이 풍경을 바라볼 수 없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야간 개장이 마감되기 전, 그리고 건물이 완공되기 전. 바로 지금 가능한 풍경이라 생각하니 더욱 귀하게 느껴졌다.
135mm를 마운트하고 더 가까이 담아보았다. 경복궁과 청와대까지. 그 안에 들어가 있을 때는 보지 못했던 전체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맨프로토 엘리먼트 MII는 알루미늄 삼각대임에도 1.55kg로 가볍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하지만 크기나 무게가 부담스럽지 않아 퇴근 후 훌쩍 야경 촬영하러 다니기 제격이다. 가성비 좋은 삼각대임에도 무겁기로 유명한 시그마 135를 마운트 했을 때 끄떡없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입장 정보
- 입장료 무료
- 사전예약 필요하지만 현장에서 QR코드로 웹사이트에 접속 후 간단히 예약 가능함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위치정보
https://place.map.kakao.com/15104327
경복궁 야간관람 (야간관람 기간 2020년 12월 18일까지)
경복궁 야간관람은 반드시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비소식이 없는 날에는 이미 모두 매진이라, 낮까지 비소식이 있던 날 다녀왔다. 다행스럽게 저녁엔 비가 그쳐 사진 찍기에 무리가 없었다.
경복궁 야간관람은 코로나로 인해 인원수를 제한하여 예약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너무 붐비지 않게 관람할 수 있고 곳곳에 안내요원이 길을 안내하고 있어 관람하기가 편했다.
장노출의 묘미는 사람이 많아도 궤적으로 남는다는 점에 있다. 낮에는 사람들의 얼굴이 담길까 겁이 나서 조심히 찍어야 하지만 장노출일 때는 카메라 앞에서 사람들이 움직이더라도 별 걱정이 되지 않는다.
나름대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면서 초상권을 해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장소에 들어서자마자 '와' 하는 탄성이 나왔다. 아주 나이가 많은 듯한 소나무와 처마의 곡선, 단청이 너무나도 멋졌기 때문이다. 이 곳에 멈춰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을 떠올려보면 그렇게 느낀 사람은 나뿐만이 아닌 것 같았다.
주변 풍경과 건물, 문이 난 위치까지 너무도 조화롭다.
궁을 디자인한 사람은 누구였을지. 옛날부터 천재는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복궁! 하면 경회루!
아주 오래 전 경복궁 야간관람을 할 때는 무척 붐벼 경회루 구경하기가 힘들었었던 것 같은데 한산해서 참 좋았다. 사진도 여러 각도로 찍을 수 있었고, 반짝거리는 경회루를 보며 멍- 때리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앙상한 나무가 경회루로 손을 뻗치고 있는 것 같다.
경복궁 야간개장 예약 및 입장방법
- 야간개장 기간 : 2020년 12월 18일 금요일까지
- 입장료 : 3,000원
- 입장 방법 : 인터넷 예약 후, 경복궁 매표소 왼편에 무인 시스템이 있다.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면 표가 출력된다.
- 야간개장 예약 사이트 : booking.naver.com/booking/5/bizes/397393?area=bnr
충북 단양 도담삼봉에서의 일출 (단양 8경)
이미 단풍은 다 떨어지고 없었던 단양. 도담삼봉에서 일몰과 일출을 모두 시도했지만 미세먼지로 인해 드라마틱한 장면을 볼 수가 없었다.
여행 내내 날씨를 저주했지만 새벽같이 일어나 일출을 찍으러 갔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캄캄한 도담삼봉 앞에서 제발 뿌연 것이 미세먼지 아니길, 해가 보이길 얼마나 주문을 외웠는지 모른다.
가져온 핫팩을 다 붙이고도 덜덜 떨면서 한 번씩 셔터를 눌렀다.
삼각대를 사용해 손이 자유로워진다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큰 장점이라고 누군가 말했던 것이 생각났다. 너무 춥다 보니 손을 비비고, 핫팩을 흔들고, 앉았다 일어났다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하며 틈틈이 셔터를 누르느라 손발이 얼마나 바빴는지 모른다. 삼각대가 없었으면 해내지 못할 일이었다. (통곡)
바람이 적게 불면 반영이 선명해 재밌는 사진을 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도담삼봉 촬영 Tip
- 화각은 24-70 추천! (망원렌즈가 있다면 멀리 떠있는 배라든가, 가끔 날아오르는 새도 담을 수 있긴 하다).
- 새벽에 도착하면 주차장 차단기가 올라가져 있어 별도의 주차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 위치 선정 때문에 너무 고민 안해도 된다. 주차장 아래 바로 좋아 보이는 자리에서 찍으면 된다.
- 단, 태양이 뜨는 위치와 도담삼봉의 정자를 조합한 구도를 만들고 싶다면 나침반으로 해의 방향을 확인하자.
도담삼봉의 위치정보
https://place.map.kakao.com/7835189
11월은 참 많이 찍으러 다녔던 것 같다. 그리고 많이 실패하기도 했고.
단풍 쫓아 찾아간 화담숲에선 비가 계속 내렸고, 단풍 쫓아 단양에, 정선에 갔더니 나뭇가지가 이미 앙상해있었다. 양방산 전망대에 올랐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좋은 풍경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일출을 찍으러 가서도 미세먼지와 안개 콜라보로 해 뜨는 건 보지도 못했다.
일몰 전에 도착해서 찍었으면 좋았으련만, 미세먼지가 없었으면 좋았으련만, 차라리 습도가 아주 높아 물안개라도 찍을 수 있으면 좋았으련만.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서 아쉬운 점을 나열하는 것은 쉽다. 아무리 미리 예측하고, 준비해도 늘 변수는 있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또다시 이 곳에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속상할 때도 있고, 다른 사람들의 잘 찍은 사진들을 보며 부러울 때도 있다.
그렇다 해도,
세상에 수백만 송이가 넘는 장미가 있지만 어린 왕자가 키운 한 송이의 장미가 소중한 것처럼.
내가 그 시간에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
B컷이니 C컷이니 해도 나의 이야기가 담긴 사진을 몇 장 남겼다는 것.
뭐 그게 중요한 것 아니겠어?
< 촬영 장비 >
맨프로토 엘리먼트 MII (Element Mark2)
소니 A7m3
시그마아트 2470 f2.8 DG DN
시그마아트 135mm f1.4 DG HSM
NG 컷 (단양 양방산 전망대/와룡공원 야경 2차시도)
단양 양방산 전망대 : 미세먼지
와룡공원 2차 시도 : 미세먼지와 휴궁일로 조명꺼짐
튼튼한 가성비 끝판왕 맨프로토 엘리먼트 MII
크롭바디를 쓰던 시절 네이버 최저가 3~4만원대의 삼각대를 썼었다. 풀프레임으로 기변을 하고 맨프로토 비프리 Advanced로 삼각대를 바꾸며 '그동안 내가 쓴 것은 삼각대가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체감되는 안정감이 달랐다.
맨프로토에 가성비 삼각대 제품이 없어서 항상 아쉬웠었다.
비프리 Advanced(알루미늄)도 20만원 중반 대로 나름 저렴한 축이지만 처음 삼각대를 접하는 사람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나처럼)
맨프로토 엘리먼트 MII는 초심자들, 야경사진을 자주 찍어보지 않아 꼭 고가의 삼각대가 필요할까 의문을 가진 사람들, 이미 삼각대를 가지고 있지만 가벼운 서브 삼각대를 들이고 싶은 사람에게 아주 적합한 삼각대인 것 같다.
특징 1. 플레이트 결합 방식 - 도브테일 방식
엘리먼트 MII는 "도브테일" 방식으로 결합이 가능하다.
맨프로토의 대부분의 삼각대는 '퀵 릴리즈' 방식이다. 비프리 라인과 플레이트 결합 방식이 다르지만 플레이트가 서로 호환이 가능하다. 혹시 기존에 맨프로토의 다른 모델의 삼각대를 가지고 있는데, 플레이트 호환이 안 될까봐 걱정이 된다면 그 걱정은 접어두어도 괜찮을 것 같다.
참고로 시루이, 레오포토, 짓조의 많은 제품이 도브테일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방식은 뭐가 더 낫다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것 같다.
특징 2. 다리의 각도를 조절하는 방식
다리의 각도를 조절하는 방식도 비프리와 차이점이 있다. 비프리 Advanced에 비해 조금 약해보이지만 나는 비프리보다 엘리먼트 MII의 다리 각도 조절 방식이 더 편하게 느껴졌다.
Element MII 제품 상세페이지
www.saeki.co.kr/brand/brand2_detail.asp?pno=0201210001&brand=Manfrotto%20Photo%20Trip
세기피앤씨로부터 원고료 및 제품 대여를 받아 작성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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