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그스크럼블을 올린 토스트와 과일 올린 촉촉한 프렌치토스트
한동안 담백한 깜빠뉴에 빠져 있었다.
우리 동네에는 ‘시골빵’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깜빠뉴가 있는데 흔한 깜빠뉴와는 약간 결이 다르다. 진정 장발장이 훔쳤을 듯한 큰 크기에 속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모른다. 빵 겉면에 뿌려진 밀가루에서도 고소한 맛이 풍부하게 느껴진다. 그 날 나온 깜빠뉴를 한김 식혔다가 썰면 샌드위치를 만들기에도 훌륭하고 리코타치즈에 과일잼을 얹어 먹기에도 무척 좋다. 다양하게 변주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식사빵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나만 그런 것은 아닌지 도통 빵을 살 수가 없다.
빵집이 점점 입소문을 타면서 외지에서 온 손님들이 오픈 전부터 가게 앞에 웨이팅을 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 좀 빠지면 가야지 하고 두시간 늦게 가보면 품절로 문을 닫기 일쑤다. 사람마다 양 손 가득 빵을 들고 가는 걸 보면 ‘나는 도대체 언제쯤 먹을 수 있나’ 하고 현타를 맞는다.
냉동실에 빵을 얼려두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나. 몇 달간을 기다려보았지만 시골빵을 구할 수 없어 다른 빵집으로 발길을 돌려보았다.
블랑제리코팡이라고 망원동에서 초창기 유명했던 빵집으로 향했다. 이 곳은 바게트로 유명한데 지금은 마켓컬리에서도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이 좋아졌다.
매대에 진열된 커다란 빵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 이름 브리오슈!
아 맞다, 브리오슈 먹어본지가 오래됐네? 하고 홀린 듯 구매를 했다.
브리오슈는 버터, 계란, 설탕이 많이 들어간 프랑스 빵이다. 버터, 계란, 설탕이 많이 들어갔다? 그럼 맛있다는 뜻.
모양새는 식빵인데 식빵이라기엔 포슬거리고 달콤하고, 카스테라 같다고 하기엔 식빵 같은 그 식감과 맛. 빵을 썰려고 잡으면 버터로 인해 손에 기름기가 반질반질 묻는다. 버터의 풍미도 좋고 은근히 달콤한 그 맛이 참 좋다.
빵을 구매할 때 썰지 않고 구매하는 편이다. 원하는 두께로 다양하게 썰어 먹고 싶기 때문이다. 도톰하게 썰어 계란물에 푹 담그어 프렌치 토스트를 할 수도, 식빵 두께로 썰어 오븐에 구워 버터와 잼을 올려 간단히 먹을 수도 있도록 말이다. 이 날은 단맛의 빵과 짠맛의 빵 모두 먹고 싶은 날이었다.
빵을 3센티미터 정도의 두께로 2장 썰었다. 프렌치 토스트를 먼저 만들었다.
계란 1개와 약간의 우유를 넣고 거품기로 섞는다. 알끈은 제거하는 것이 좋고 많이 섞어 계란을 부드럽게 만들어줘야한다. 그렇게 만든 계란 물에 빵 한 장을 넣는다. 계란물에 빵이 푹 적셔지도록 한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몇 시간 담가놓는 것도 좋다. 팬에 버터 한조각을 넣어 녹이고 적셔진 빵을 굽는다. 앞 뒤, 옆면도 잘 구워 그릇 위에 올린다. 설탕을 뿌려 토치로 구울지 메이플시럽을 뿌릴지 살짝 고민이 됐지만 과일엔 시럽이 어울릴 것 같아 시럽으로 결정했다. 라즈베리, 블랙베리, 블루베리를 올렸다. 생딸기가 있다면 그 것도 잘 어울리고 바나나가 있다면 썰어 올려도 잘 어울린다.
다음은 짠맛을 맡을 토스트다. 프렌치 토스트를 한 팬을 키친타월로 한 번 닦아주고 그 팬에서 빵을 굽는다. 구운 빵을 접시에 올리고 치즈 한 장 올린다. 이 날 사용한 치즈는 콜비잭이다. 콜비잭은 짭쪼롬한 콜비치즈와 부드러운 맛의 몬테레이 잭 치즈의 조합으로 만든 치즈라 한다. 이제 계란을 만들 차례다.
프렌치토스트를 만들고 남은 계란물을 활용했다. 빵가루가 떨어져있을 수 있어 깔끔하진 않을 수 있지만, 내가 먹을건데 어때?
남은 계란물에 계란 하나와 우유 약간을 더 첨가한다. 거품기로 마구마구 젓는다. 채에 거르면 더욱 부드러운 스크럼블에그를 만날 수 있지만 빨리 먹고 싶어 그럴 겨를까진 없었다.
팬을 다시 한번 키친타월로 닦고, 버터 한조각을 넣는다. 팬이 너무 뜨거워지면 계란이 노랗게 눌러 붙기 때문에 그 점을 유의해야 한다. 팬에 계란물을 붓고 몽글몽글 계란이 익으려고 하면 한번 휘저어준다. 두 번 정도 그렇게 휘젓고 팬을 기울여 귀퉁이에 계란을 몰아넣는다. 수분을 조금씩 날린다는 생각으로, 눌러붙지 않도록 굴려준다. 그리고 약간은 계란 물이 촉촉한 상태가 되면 완성이다. 우유를 넣었기 때문에 수분이 많을 수 밖에 없는데 바짝 말리려고 하면 중국식 볶음밥 스타일의 스크럼블 에그가 된다. 내 목표는 야들야들한 계란이기 때문에 약간은 미심쩍은 상태에서 불을 끈다. 빵-치즈 위에 스크럼블 에그를 올려놓고 취향껏 페퍼론치노와 후추를 뿌린다. 가염버터로 요리했기 때문에 소금 간은 별도로 하지 않아도 좋다.
홍차 한잔 내려놓고 브런치를 음미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치즈가 뜨거운 계란에 녹아서 착 달라붙는 것이 정말 짜릿하다. 달콤한 프렌치토스와 짭쪼롬한 스크럼블 에그 올린 토스트를 번갈아 먹으면 지상낙원이다.
남은 빵은 썰어서 냉동실에 얼려두었다. 빵은 구매한 그 날 얼려야 다시 먹었을 때 맛있다는 점!
누군가 이 포스팅을 보고 있다면, 브리오슈에 꼭 한번 중독 되어보기를 바란다. 나만 당할 수 없어! 나만 당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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