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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Cafe

커차그(커피와 차를 그리다) - 망리단길 카페추천

망원동에 있는 맛과 분위기 좋은 찻집 '커차그'

 

 

최근 망원동에 위치한 좋은 찻집을 하나 알게 되었다. 마당에 배롱나무가 있길래 눈여겨보다가 드디어 방문을 해보았다. 


'커차그'라고 하는 카페인데 차와 커피를 함께 마실 수 있는 독특한 컨셉의 카페였다.

망원동에는 정말 많은 카페가 있는데, 내가 선호하는 카페의 조건은 이렇다.

 

- 맛이 좋은지 (기본이라 생각하지만 인테리어 맛집들이 요즘엔 너무 많다)

- 분위기, 소음의 정도, 테이블 간의 간격 (음악소리가 너무 크다든지, 테이블 간격이 너무 좁아 옆 테이블의 대화에 나도 참여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든지, 내가 움직일 때마다 옆테이블의 음료를 쏟을까 봐 걱정이 된다든지 하는 불편한 사항이 없으면 좋다) 

- 컨셉에 진심인지 (식기, 소품 하나하나 주인장의 정성과 센스가 느껴지면 좋다)

 

 

커차그는 주인장 부부의 정성과 센스가 가득 묻어난 공간이었다. 신축 건물이라 층고도 높고 쾌적한 공간이었는데, 사람의 손길이 많이 닿은듯한 원목 테이블과 단아한 모양을 한 달잔, 흰색 테이블매트와 보자기 패키지, 마당의 조명과 배롱나무까지. 오래되고 정든 것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었다.

 

 

처음으로 마신 차는 “백차”였다. 백차는 몸의 열을 내려주어 여름에 마시기 좋고, 냉침을 해도 무척 좋은 차라고 한다. 첫 향은 복숭아향인가 했고 그 후로는 은은하게 오이향이 느껴졌다. 은은한 단맛을 나는 젤리 위에 복숭아 조각을 얹은 다식을 함께 나왔는데 백차의 향과 정말 잘 어울렸다. 새 둥지를 닮은 티코스터와 새 부리를 닮은 찻 주전자, 찬 음료가 손에 직접 닿지 않고 물기가 흐르지 않는 이중으로 된 유리잔에 서빙이 되어 이때부터 이곳 센스가 장난이 아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백차와 복숭아 다식

 

우전차

 

두 번째로는 “우전차”가 나왔다. 우전차는 녹차 중에서 가장 먼저 수확한 어린잎으로 우린 차라고 한다. 녹차의 떫은맛을 선호하지 않는데 우전차는 녹차가 맞나 싶은 고소함이 묻어있었다. 녹차 같기도 메밀차 같기도 한 느낌. 부드럽고 은근한 고소한 맛과 향이 느껴졌다. 

우전차를 내릴 때는 뜨거운 물로 잔을 먼저 데우고, 차를 내려 데워진 잔에 다시 따라주었다. 차 내리는 과정을 보고 있는 것도 이 곳의 즐거움 중 하나인 것 같다.

 

우전차


세 번째로는 '대홍포차'였다. 녹차, 백차, 홍차의 이름은 들어봤지만 대홍포차는 생소한 이름의 차였다. 대홍포차는 중국 푸젠성 우이 산에서 생산되는 무이암차의 한 품종으로 중국에서는 귀한 손님들에게 대접했던 차라고 한다. 소나무를 태운 향이 날 거라고 알려주셨는데, 비 오는 날의 소나무 숲을 느낄 수 있는 향이었다. 크림브륄레와 마카다미아가 다식으로 함께 나오는데 훈연향과 어울리는 맛과 향이었다. 설탕을 그을려 캐러멜맛이 느껴지는 마카다미아와 크림브륄레도 달콤한 맛과 쌉싸름한 맛이 동시에 느껴지는 게 훈연향이 나는 대홍포차와 궁합이 좋았다.

 

대홍포차

 

마지막은 '홍차'였다. 홍차는 직접 내려볼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주셨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단호하게 찻주전자를 기울이지 않으면 아래 사진처럼 물바다가 된다.

 

 

홍차도 늘 티백으로만 마셔봐서 떫은 맛 위주로 느껴보다가 문화충격을 느꼈다. 홍차에서 꽃향기가 느껴졌고 레몬이 없지만 레몬 한 조각 넣은 듯 향긋한 느낌이었다. (차에 대해 잘 몰라 표현이 단조로운 것에 억울함이 생긴다). 가향을 하거나 꽃잎을 블렌드 한 홍차가 아니었는데도 이런 맛과 향이 느껴질 수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홍차와 초콜렛이 잘 어울린다며 함께 서빙이 되었다. 초콜렛 안에 마카다미아와 크랜베리가 들어있었는데 단조롭지 않은 맛이었다. 차에서 느껴지는 향과 크랜베리가 비슷한 뉘앙스라 무척 잘 어울렸다.

 


비슷한 뉘앙스가 느껴지는 차와 다식으로 페어링 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와인에 마리아주가 있듯이 차도 마찬가지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하나씩 맛보며 알아가는 과정이 무척 흥미로웠다.

 

 

커차그에서는 참숯으로 로스팅한 원두로 융드립 커피도 마실 수 있다. 원두는 사장님께 추천받아서 에티오피아+모모라를 구매했고, 가장 인상 깊었던 대홍포차도 업어왔다. 집에서 내려서 마실 때에도 과연 비슷한 맛을 흉내 낼 수 있을지 기대반 걱정반이다. 

 

 

차를 마시는 과정은 물을 따르고, 우리고, 또 다시 잔에 따라내고. 번거로움과 정성을 요구한다. 그 점이 명상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차의 특성상 빨리 마실 수가 없기 때문에 조용히, 천천히 시간을 함께하고픈 사람과 같이 한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커차그에서도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여유 있게 도움을 주기 때문에 그 점이 정말 좋았던 것 같다.

 

 

아름다웠던 여름날의 풍경으로 포스팅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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