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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 프렌즈 4기

1차 미션 - 다만추 (My Favorite Things)

세기프렌즈 4기 1차 미션 '다만추' - 다양한 삶을 만나는 것을 추구한다

 

공동저자로 참가한 에세이 '동료가 필요해'가 출간된 후로 내 이야기를 쓰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무척이나 컸다. 가끔 어떤 영감이 와서 글을 쓰다가도 예전에 서툴게 썼던 글보다 무미건조해진 것을 발견하고는 깊숙이 파일을 넣어두고 다시는 열어보지 않기도 했다. 세기프렌즈 미션을 통해 글을 쓰고 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두렵고 설레기도 한 일이다.

타자기 처음 써봐서 오타가 계속 났다.

나를 어떤 사람이라고 소개해야 할까? 미션을 받고 몇 주간 고민을 했고 구글에 "나는 누구인가" 라는 키워드로 검색도 해보았다. 외모나 직업처럼 관찰되는 것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고 하는 스님도 있었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의 의미는 나의 행복을 위한 것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자아실현과 보여주기 욕망은 서로 대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 안에는 모두 존재한다. 그래서인지 어떤 하나의 관점으로 나를 표현하자면 나의 일부만을 나타낼 수 있을 뿐이다.

나 자신에 관하여 한 마디로 정의내릴 수 없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할 수 있다.

 


노을, 그리고 성산대교

2018년 8월, A6000을 사고 처음 한강공원에서 찍은 사진이다.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것인지 이 날의 노을은 무척 아름다웠다. 공원 곳곳에 대포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역시 한강공원이라 많이들 찍으러 오는군' 이라고만 생각했다. 안경을 쓰지 않아 멀리 보이는 해가 크다고만 생각했지 모양은 보지도 못하고 열심히 셔터를 눌러댔다. 그리고 집에 와서 파일을 옮겼는데

 

'아니! 누가 해를 한 입 먹었지?'

 

깜짝 놀라 검색을 해보니 부분일식이 있는 날이었다. 이 날 이후로 자주 한강공원에 나가 노을을 담기 시작했다.

A6000+SEL1560

해가 길어지는 계절이 오면 퇴근길이 바빠진다. 시장에서 닭강정을 사고, 맥주와 삼각대, 책을 챙겨 나온다. 노을을 보며 닭강정을 먹고 맥주 한모금 하고 사진을 찍는다. 정말 사랑하는 시간이다.

Sigma art 24-70mm f2.8 DG DN

날씨에 따라 성산대교의 배경은 계속해서 바뀐다. 마치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 

Sigma Art 135mm DG HSM

가끔 독특한 느낌으로 찍히는 날이 있다. 그럴 땐 그 날의 날씨까지도 기억이 난다.

A6000+SEL18135, 바람이 거의 불지 않은 겨울 날

해가 완전히 넘어가면 성산대교에 불이 켜지기를 기다린다. 구름이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항상 예쁜 모습을 보여주는 성산대교가 고맙다.

Sigma Art 24-70mm f2.8 DG DN
A6000+SEL18135, 강물이 꽁꽁 얼었던 날

 

 


자연

예전부터 꽃을 좋아하지만 사진을 찍고자 마음 먹고나서는 더욱 좋아하게 되었다.

3월엔 매화, 4월엔 벚꽃, 5월엔 장미. 그리고 여름엔 배롱나무와 능소화가 있다는 것도 사진을 통해 알게 된 것들이다. 꽃나무 하나에 대여섯 명 매달려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저게 뭐라고 저렇게 진지한 얼굴들을 하고 있나 웃음이 난다. 하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비슷한 표정으로 사진을 찍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Sigma Art 24-70mm f2.8 DG DN

'가을은 애매해서 싫어'라는 말을 자주 했다. 이것도 사진을 접하며 변한 지점이다. 노란색 또는 빨간색으로 물들기 전 애매한 녹색마저도 좋다. 자연의 색은 무조건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A6000+시그마 30mm f1.4

초록이와 함께하는 꽃잎들은 실패할 확률 없는 조합이다.

A6000+SEL50f1.8
A6000+SEL50f1.8

 


하늘색은 어째서 하늘색이 되었을까

하늘색. 여러가지 색의 한 가지 이름이다.

A6000+SEL18135

귤색, 분홍색, 보라색, 셀룰리안블루, 터콰이즈 블루.

시그마 30mm f1.4

약간 멍든 Sky Blue, 네이비.

A6000+시그마 30mm f1.4
a7m3+SEL55f18z

회색이면서 다홍색이면서 보라색인. 이렇게나 다양한 색을 우리는 '하늘색'이라고 부른다. 

수줍어하면서 철면피한, 깨끗하면서 더러운, 말이 많으면서 또한 무뚝뚝한, 둔감하면서 과민한, 예민하면서 우둔한, 심술궂으면서 또한 호인인, 거짓말쟁이이면서 정직한, 학자인 듯하면서 무식한, 마음이 헤프면서 또한 인색한, 그리고 낭비자이기도 한, 그 어느 모습에서도 몸을 약간 움직이는 데 따라서 사람은 얼마만큼씩 그런 모든 것들을 자기 자신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누구든지 자신을 주시하면 모두가 자신 속에서, 아니 자신의 판단 속에서, 이러한 변화와 모순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 완전하게, 결정적으로 순수하게, 단 한마디로는 무엇 하나 말할 수가 없다.
- 몽테뉴 '수상록'-

굿즈

유화를 1년쯤 배웠을 때 내 그림을 표지로 한 노트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필 노트였냐하면 내가 문구 덕후이기 때문이다. 작은 가방에도 쏙 들어가고, 무겁지 않고, 무지라서 글씨나 그림 모두 가능한 그런 형태의 노트를 만들고 싶었다. 

Sigma Art 24-70mm f2.8 DG DN

노트를 선물 받은 사람에게 그림에 대한 느낀 점을 듣거나, 노트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볼 때 기쁘다. 앞으로 여섯 권을 더 만들어서 노트에 실린 12개의 그림으로 달력을 한번 제작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 중이다. 그렇게 된다면 총 12년 간 노트를 제작한 셈인데 그 자체로 멋질 것 같다. 

 


나와 가까이 있는 것들

나는 나 가까이의 것을 찍는다.

월화수목금 회사를 다니는 평범한 사람이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 권태로운 일상 속에서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것, 인생이 시시하고 지루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내 스스로에게 증명하고 싶다. 반짝 뜬 햇살에 기뻐하고, 창문을 열었다가 뭉게구름을 발견하고는 뛰쳐나가 산책을 하고, 퇴근 후 홀로 카페 투어를 하고, 꽃 따라 나무 따라 몇 시간씩 걷기도 하고, 가끔은 여행도 가면서.

 

나와 가까이 있는 것들과 내 발밑을 단단히 지탱해주고 있는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싶다.


이렇게 나의 소개를 마치려고 한다. 오랜 시간 걸쳐 글과 사진을 준비하며 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세기프렌즈를 통해 앞으로 새롭게 알게될 나의 모습도 기대가 된다.   

 

 

 

 

 

이 콘텐츠는 세기피앤씨에서 무상대여한 장비를 사용해 제작한 콘텐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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